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도시…시흥시, 포용적 평생학습 모델 만든다

사진설명(출처) 시흥시 장애인 미술 진로탐색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노현녕씨

시흥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포용적 평생학습도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배움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2025 CANVAS 아트페어’에서 신진 작가로 선정된 노현녕씨(29)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장애인 수영 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부상과 체력적 한계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시흥시의 ‘장애인 미술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평소 즐기던 12간지 동물 그림을 발전시켜 작품 활동으로 이어갔고, 결국 작품 출품과 판매까지 성과를 거두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의미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 ‘자립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 강사로 참여한 김채성 작가 역시 시흥 출신 발달장애 예술가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김 작가는 미술 기초부터 창작 활동, 팀 프로젝트, 보호자 상담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하며 장애인의 진로 확장을 지원했다.

그 결과 최하늬 학생(18)은 아트페어 출품 기회를 얻었고, 염지은씨(30)는 취미였던 인형 제작을 상품화해 실제 판매와 취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장애인의 학습이 곧 삶의 변화로 연결된 대표적 사례다.

사진설명(출처) 김채성 작가의 시흥시 장애인 미술 진로탐색 프로그램

■ 2년차 장애인 평생학습도시…지역 기반 체계 구축

시흥시는 2024년 장애인 평생학습 전담팀을 구성한 데 이어,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며 지역 중심 학습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낮은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율(3.2%)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시는 평생학습과를 중심으로 장애인복지과, 교육자치과, 청년청소년과, 도서관 등과 연계한 행정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여기에 교육기관과 복지기관, 지역사회 단체까지 포함한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 구조 속에서 시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한국공학대학교 등 교육기관은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장애인복지관 등은 실제 교육 운영을 담당한다. 민관학 협력 기반의 유기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설명(출처) 시흥시 장애인 평생학습 네트워크 구축 모습

■ 찾아가는 교육으로 학습 격차 해소

시흥시는 학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찾아가는 장애인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50% 이상이 포함된 학습모임이 신청하면 원하는 장소로 강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총 16개 프로그램에 129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12명이 장애인이었다. 특히 중증장애인 학습그룹에는 활동가를 별도로 배치해 이동과 의사소통, 학습 지원까지 세심하게 돕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며 상호 이해를 높이는 ‘통합교육’ 모델로도 평가받고 있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설명(출처) 찾아가는 장애인 평생학습 프로그램 수업 현장

■ 2026년, 장애인 평생학습 고도화 추진

시흥시는 올해 장애인 평생학습 정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 보다 체계적인 학습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비 4천725만 원을 확보한 시는 정왕평생학습관 내 장애인평생학습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학습 친화 공간 인증제 ▲찾아가는 학습 프로그램 ‘똑똑한 학습’ ▲온라인 강좌 확대 등 6개 분야 17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강사와 활동가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는다. 현재까지 총 131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했으며, 실무 중심 교육과 사후관리까지 연계해 현장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정규 평생학습 강좌에 장애인 우선 선발 제도를 도입해 2026년 1기 과정에서 34명의 장애인이 참여하게 됐다. 이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참여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개선으로 평가된다.

온라인 학습 환경도 강화된다. 시흥교육캠퍼스 ‘쏙(SSOC)’을 활용해 수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화상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사진설명(출처) 2026 장애인 평생학습 강사·활동가 양성과정

■ “배움은 권리”…포용도시로 나아가는 시흥

시흥시는 장애인 평생학습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권리’로 접근하고 있다. 지역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시는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장애인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배움이 곧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도시,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도시. 시흥시가 만들어가는 포용적 평생학습 모델이 전국적인 사례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