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대 경기도의회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를 이끈 후반기 의장으로서 김진경 의장은 지난 시간을 “아쉬움과 책임, 그리고 다음을 준비한 시간”으로 돌아본다. 여야가 팽팽히 맞선 정치 지형 속에서도 민생과 자치분권의 방향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의 생각을 서면 인터뷰로 들었다.
인터뷰는 의정 성과에서 시흥의 현안, 향후 정치 행보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편집자(주)
Q. 제11대 경기도의회가 곧 막을 내린다. 총평과 후반기 의장으로서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쉬움이 컸던 시간이었습니다. 여야 의석 구조가 팽팽한 상황에서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도민들께 걱정을 끼친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의회 수장으로서 그 책임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의회의 중심은 언제나 도민과 민생이어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새기고자 했습니다. 갈등을 외면하기보다 협력의 틀을 다시 세우고, 대화를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만큼은 분명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출범한 조례시행추진관리단은 조례 제정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까지 점검하는 구조를 만든 시도였습니다. 의정정책추진단 역시 현장의 민생 과제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실질적 통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자치분권발전위원회 본격 가동, 소통위원회 출범 등은 단기 성과보다 의회의 구조와 역할을 바꾸기 위한 기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의회사무처 3급 직제 신설과 의정국 체제 개편을 통해 인사권 독립의 완성도를 높인 점 역시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Q. 전국 최대 광역의회를 이끌며 경기도 전체 살림을 들여다본 경험은 ‘정치인 김진경’의 시야를 어떻게 바꿨나.
A. 경기도는 인구 1천4백만 명에 이르는 작은 대한민국입니다. 도시와 농촌, 첨단 산업과 전통 제조업, 성장과 소멸의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매우 복합적인 공간입니다. 이 거대한 구조를 매일 마주하며 정책과 예산을 다룬 경험은 제 정치적 시야를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이전에는 개별 사안이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사고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결정이 다른 분야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파급 효과를 낳는지까지 함께 고민하게 됐습니다. 예산을 심사한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 일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정치는 단기적 판단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을 함께 읽어야 하는 책임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더 분명히 깨닫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정치인 김진경의 시야를 한 지역, 한 사안을 넘어 현재와 미래, 사람과 구조를 함께 보는 방향으로 확장시켜 주었습니다.
Q. 지방의회법 제정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A.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은 독립됐지만, 여전히 조직 구성과 예산 편성, 감사 권한 등 핵심적인 권한은 제한돼 있습니다. 자치분권은 선언이나 구호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결국 제도로 완성돼야 하고, 그 핵심이 지방의회법 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와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이어왔습니다. 국회의장과 행정안전위원장을 직접 만나 지방의회법 제정 필요성을 건의했고, 정책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공유했습니다. 본회의장에서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지방의회법 국회 의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도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경기도의회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치분권 강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조례에 근거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인사, 재정, 행정 전반에서 의회 차원의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의회는 주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기관인 만큼, 도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 끝까지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Q. 의장직 수행 중에도 지역구인 시흥을 꾸준히 챙겨왔다.
A. 지역을 챙긴다는 것은 눈에 띄는 사업 하나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삶에 꼭 필요한 변화가 행정과 정책의 흐름 속에서 빠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장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시흥의 현안과 생활 여건을 지속적으로 살펴온 이유입니다.
스마트 도로 관리 체계, 청소년 이용 시설 확충, 공공 공간과 보행 환경 정비 등은 시민들께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생활 현안이었습니다. 도의회 차원에서도 관련 예산과 정책 검토가 이뤄지도록 노력했습니다. 대중교통, 환경 정비, 원도심 활성화, 산업단지 조성 같은 중장기 과제 역시 단발성 논의에 그치지 않도록 점검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침체된 거북섬 상권 문제 해결을 위해 해양레저 활성화 연구를 진행하며, 해양자원을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크고 작은 개별 성과보다 시민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인구 50만 대도시로 성장한 시흥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통을 중심으로 한 생활 인프라의 불균형 문제라고 봅니다. 신도시는 주거 공급 속도에 비해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구도심은 노후 주거와 기반시설 정비가 더디다는 인식이 큽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교통과 생활을 함께 묶는 접근에 있습니다. 광역철도를 단순한 노선 개통에 그치지 않고, 환승센터와 간선·지선버스 재편, 보행과 자전거 동선까지 포함한 생활권 단위 교통 재설계로 연결해야 합니다. 동시에 역세권과 정류장 주변에 교육·돌봄·보건·문화 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콤팩트 생활 인프라 모델을 통해 이동 부담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민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우선순위 설정입니다. 어디가 가장 불편한지, 무엇이 먼저 필요한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순서를 예산과 도시계획에 반영하는 행정이 필요합니다.
Q.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입장은.
A. 정치는 자리를 쫓는 일이 아니라 책임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선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하며 시흥이 필요로 하는 변화의 과제를 현장에서 직접 마주해 왔습니다. 시흥이 저를 필요로 하는 길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경기도의회 의장으로서 맡겨진 소임을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앞으로의 행보는 시민의 기대와 지역의 미래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겠습니다.
Q. 김진경만의 리더십을 꼽는다면.
A. 조정과 연결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정이 멈춰 서는 지점에서 정치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야 대립 속에서도 협치의 모멘텀을 만들고, 갈등을 성과로 바꿔온 경험은 제 정치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말로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로 완성될 때까지 책임지는 것, 그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이러한 리더십을 지켜가겠습니다.
Q. 시흥시민과 독자들에게 전하는 신년 메시지.
A. 2026년은 붉은 말의 해입니다. 도약과 추진력,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상징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일상에도 이러한 힘과 희망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더 나은 교통과 안정된 주거환경, 아이와 청년의 미래, 어르신의 존엄한 노후까지 시민 삶에 와닿는 변화가 분명해지길 기대합니다. 시흥의 잠재력이 시민 삶 속에서 현실이 되도록, 저 역시 맡은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