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시의원 ‘시흥시 필수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골든타임은 이미 꺼지고 있다”… 58만 시흥시,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분만실은 문 닫고, 소아과 야간진료는 실종 위기… 현장 의료진, 정책토론회서 절박한 경고

58만 인구의 시흥시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최소한의 의료 안전망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지역 내 유일하게 남은 분만 병원은 전문의 이탈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고, 소아 응급의료 시스템 역시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1월 4일, 시흥시의회 박소영 의원 주관으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열린 ‘시흥시 필수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지역 의료 현장의 참담한 현실을 알리는 절박한 성토의 장이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골든타임은 이미 꺼지고 있다”며 시와 의회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토론회는 시흥시지역신문협의회(시흥신문·시흥뉴스라인·주간시흥·시흥저널·시흥시민신문)가 공동 취재했다. <편집자 주>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박소영 시흥시의원은 “시흥시에 분만 병원은 단 하나 남았고, 소아 응급 진료는 두 개의 병원이 겨우 버티고 있다. 한 축이라도 무너지면 시흥시민의 의료 안전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토론회는 현장의 이야기를 신랄하게 듣고,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수익성이 낮지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진료를 하는 민간 의료기관을 ‘공공의료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실용적인 지원 기반을 논의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지며 공공의료원 설립과 같은 거대 담론보다 기존 민간 병원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우리 시의 실정에 맞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함을 강조했다.

“민간을 공공 파트너로”… 시흥형 모델 구축 시급

주제발표를 한 김정은 시흥시의사회 부회장은 “국가 책임의료기관 체계에서 시흥시는 안산권에 속해 있지만, 정작 지역 책임의료기관인 안산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산모·신생아 분야 사업을 수행하지 않아 실질적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흥시는 기초 현황 데이터조차 없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국가 정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흥시의 실정에 맞는 ‘시흥형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내 거점 2차 병원을 지정하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7년 지원 계획? 그땐 병원 없을 수도”

토론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현실을 전한 이는 시흥시 유일의 분만 병원인 예진산부인과를 이끌고 있는 오상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2006년 8곳에 달했던 시흥시 분만 병원은 이제 단 한 곳 남았고, 그마저도 6명이던 분만 의사가 3명으로 줄어 11월부터는 35주 이하 산모의 야간 응급 진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중반이면 의사가 2명만 남을 수 있다”며 사실상 병원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시사했다.

오 원장은 “하이리스크 로우 리턴 구조에 인력난까지 겹쳐 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시흥으로 오겠다는 의사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가 간접 지원책을 마련해 산모가 더 찾아와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시 보건소가 2027년부터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에 “2027년에는 우리 병원이 없을 수도 있다”고 일축하며, 다른 지역보다 높은 급여를 줘서라도 의사를 데려올 수 있는 ‘직접 지원’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는 정책의 타이밍을 완전히 놓친 행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월급 떼이는 심정”… 소아과 의사들의 한숨

출산 인프라뿐 아니라 아이들을 치료할 소아청소년과 역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이동엽 시흥시의사회 소아과 지회장은 저출생과 낮은 수가로 인해 소아과 의원들이 겪는 경영난을 설명하며, 특히 시흥시의 고질적인 ‘국가 예방접종비 지급 지연’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지회장은 “최근 3~4년간 연말·연초만 되면 백신비 지급이 2~3개월씩 밀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백신을 선구매하고, 매달 인건비와 월세를 내야 하는 1차 의료기관 입장에선 ‘월급 떼이는’ 심정과 같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당하게 일한 대가마저 제때 받지 못하는데 어느 의사가 소아과를 지키려 하겠는가”라며, 시 차원에서 지급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예비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 더 신속한 방안을 찾기 위해 현장과 계속 논의하겠다”

토론자로 나선 윤현주 시흥시청 보건정책과장은 “필수의료 공백 문제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시흥시는 분만 취약지가 아니어서 중앙 정부의 직접 지원은 불가한 현실이다. 이에 시 자체적으로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자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요청했으나, 국가사업과 중복된다는 사유로 재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절차가 복잡해 다소 더디게 진행되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필수의료 강화 특별 법안’이 제정되면 지방 정부가 재정과 권한을 갖고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토론회는 58만 시흥시민의 생명선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임을 알리는 비상벨이었다. 더 이상 민간 의료기관의 사명감에만 기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시흥시와 시의회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