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마비된 시흥시 시정능력 ‘낙제점’ 인근 자치단체 나가본 주민 실체 실감해

눈에 완전히 갇힌 ‘시흥시정’

[사진] 사진은 제설차량의 모습이다. 이번 폭설은 평소 몰랐던 시흥시의 재난대처 능력이 주변자치단체와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시민들이 확실히 알게 된 계기가 됐다.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자, 지난 6일 삼미시장을 방문하려했던 박근혜 후보는 안산과 부천, 안양, 성남은 방문하면서 시흥은 들르지 못했다고 할 정도다.

<속보> 폭설에 대처하는 시흥시의 능력은 인근 자치단체의 그것과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전국적인 폭설이 예고된 지난 5일 안산ㆍ광명ㆍ부천ㆍ인천 등 인근 자치단체는 눈이 내리기 전부터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미리부터 대처에 나섰지만, 시흥시는 눈이 내린 뒤에도 굼뜬 대응으로 재난에 취약한 자치단체임을 속절없이 드러냈다.

시흥시내에서만 움직인 주민들은 시흥시의 능력을 비교할 수 없어 사실상 ‘우물안개구리’였지만, 인근 자치단체를 드나들었던 많은 주민들은 “시흥시의 재난대처 능력이 주변자치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고 후진적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같은 국가공단이지만, 안산스마트허브(구 반월공단)와 시흥스마트허브(구 시화공단)의 제설작업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눈이 내린 다음 날인 6일 공단 기업인들은 “안산스마트허브 직원들은 대부분 출근시각을 잘 지킬 수 있었지만, 시흥스마트허브에선 지각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시흥시의 능력에 레드카드를 던졌다.

제설하는 순서나 방법에도 차이가 났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고개나 언덕 등 교통 취약지역을 먼저 제설한 뒤 대로변을 제설해야했지만, 시흥시는 사람들 눈에 잘 보이는 대로변부터 먼저 제설한 뒤 정작 교통 취약지역은 나중에 제설하는 바람에 교통지옥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안양에서 시흥스마트허브로 출근하는 한 시민은 “시흥까지는 잘 왔지만, 경계지역에 들어서면서 많은 시간이 걸려 일찍 나왔음에도 지각했다.”며 어처구니없는 시흥시의 대응에 핀잔을 보냈다.

시흥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나가 7일 새벽 출국한 모 기업인도 시흥을 지나가며 본보로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남시흥IC부터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시흥시만 눈을 치우지 않았다.”며 “꼭 신문에 내 시흥시민들이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전한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

5일 저녁 정왕동 공단에서 대야동으로 퇴근한 한 주민은 “둔대교차로까지 40분, 둔대교차로에서 대야동까지 5시간 걸렸다.”며 “며칠 전부터 예보된 폭설에도 이처럼 취약한 시흥시가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시장의 업무능력을 강하게 질책했다.

공단의 일부 기업과 경찰서와 소방서 등 시흥시의 제설능력과 대처능력을 익히 알고 있는 기업과 기관들은 5일 폭설이 내리자 아예 퇴근을 포기한 채 회사나 관공서에서 밤을 보내며 다음날 업무준비를 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여줬다.

‘시흥시 폭설 교통대란은 예고된 인재’
제설장비 임대, 제설작업도 민간 위탁

적지 않은 폭설이 내리긴 했지만, 낙제점에 가까운 시흥시의 재설작업 대처능력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설이 유력해 지면서 무능한 시정운영에 말썽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때에 제설작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흥시가 자체인력이나 장비를 확보하지 않은 채 제설작업을 민간에 위탁,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흥시는 지난 5일 폭설이 내리자, 제설작업을 위해 염화칼슘 살포기 13대와 굴삭기 4대 등 모두 18대의 장비를 동원, 제설작업을 전개했다.

문제는 시흥시가 동원한 13대 제설장비 대부분이 민간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하는 장비로 시흥시는 제설을 위해 2억원 가량을 민간 위탁사업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비는 물론, 제설작업에 사용되는 차량의 운전원 5명과 임대인부 11명을 민간으로부터 공급받아 제설작업을 전개하다보니 신속한 대응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제설작업의 중요한 부분인 인력과 장비를 민간으로부터 임대하거나 위탁, 처리하다 보니 이번처럼 미리 예고된 폭설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교통지옥이 연출되면서 주변자치단체와 비교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에대해 시흥시의회 김복연 부의장은 “시흥시가 정왕동 민자유치 부지에 잔디를 심어 도심 레저시설로 이용하려 5억원 남짓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새로운 사업을 위해 적지 않은 예산안을 짜고도 정작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시흥시는 이번 폭설이 같은 시흥시 안에서도 다르게 나타난 상황을 뒤늦게 파악, 적절한 제설작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폭설은 지난 5일 정왕동 지역의 경우 해안과 가까워 20㎝에 육박, 염화칼슘 살포보다는 삽날차량을 이용, 눈을 제거했어야 함에도 12㎝가량이 내린 신천동 지역과 같은 방법으로 제설작업을 펼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합한 작업방법을 선택했어야 함에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민간업자가 제설작업을 위탁받아 처리하다보니 어처구니없는 제설작업이 진행되면서 시민들이 교통대란에 고통 받는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