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억 특혜·74억 누락시흥시 행정, 어디서 무너졌나“누가 결정하고 검토·승인했나”…책임소재 규명 필요

감사원이 공개한 시흥시 기관정기감사 결과의 핵심은 단순히 ‘107억원’과 ‘74억원’이라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거북섬 해양레저 복합단지, 광역교통시설부담금, 은행2지구 개발 등 서로 다른 사업과 부서에서 부적정 행정이 잇따라 확인됐다는 점이 더 무겁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종합하면 시흥시 개발행정의 공정성·재정관리·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가장 파장이 큰 사안은 거북섬 해양레저 복합단지다.
공공기관이 민간사업자를 공모할 때 공모지침은 사업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일종의 ‘게임의 규칙’이다.
그런데 시흥시는 사업자를 선정한 뒤 협약 과정에서 마리나시설 기부채납 의무를 면제했다.당초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던 조건이 사업자 선정 이후 변경된 것이다.
그 결과 마리나시설 실제 건설비 160억5천만원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부담한 금액은 53억2천만원에 그쳤고, 감사원은 차액인 107억3천만원 상당을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한 특혜로 판단했다.
여기에 관광숙박시설 대신 분양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을 도입할 수 있도록 사업내용까지 변경됐다.
특정 사업자 선정 이후 공모 당시의 핵심 조건이 완화됐다면 다른 공모 참여 희망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공모사업의 공정성 훼손’을 지적한 이유다.
74억원을 왜 3년 넘게 부과하지 않았나
광역교통시설부담금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개발사업으로 교통수요가 증가할 경우 원인 제공자인 사업자에게 법에 따라 일정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그런데 시흥시는 2021년 이후 부과 대상 사업 가운데 3개 사업의 부담금 74억5,523만6,666원을 장기간 부과하지 않았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에게 지방세나 각종 부담금을 부과하면서 정작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해야 할 수십억원의 부담금을 장기간 부과하지 않았다면 행정의 형평성과 신뢰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결국 시흥시장에게 해당 금액을 부과·징수하도록 요구한 만큼 시흥시는 앞으로 실제 징수 여부와 지연에 따른 문제까지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은행2지구 감사 결과 역시 가볍지 않다.
용적률은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직결된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같은 토지에서 더 많은 연면적을 확보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공급 가능한 주택 수와 사업수익에도 영향을 준다.
감사원은 시흥시가 기부채납 면적에 포함할 수 없는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면적으로 환산해 용적률 산정에 반영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B블록은 5.77%포인트, C블록은 11.17%포인트 용적률이 과다 적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 계산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공동주택을 기준으로 각각 약 18가구와 55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결국 행정기관의 용적률 산정 하나가 민간 개발사업자의 사업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감사에서 시흥시가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개별 직원의 단순 업무착오 여부만이 아니다.
거북섬 사업의 공모조건 변경은 누군가의 검토와 결재를 거쳤을 가능성이 높고, 은행2지구 용적률 역시 관련 부서의 검토·협의를 거쳐 결정됐을 사안이다.
74억원이 넘는 부담금이 장기간 부과되지 않은 문제도 업무 담당자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시흥시는 감사원 처분을 이행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당시 의사결정 과정과 결재라인, 법률·행정 검토 과정, 관련 부서의 책임 여부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흥시의회 역할도 중요하다.
행정사무조사나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감사원이 지적한 사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같은 유형의 문제가 다른 개발사업에도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감사원의 ‘위법·부당’ 또는 ‘특혜’ 판단이 곧바로 형사상 범죄 성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의성이나 대가관계, 배임 등 형사책임 여부는 별도의 수사와 법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이번 감사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107억원의 특혜, 74억원의 부담금 부과 누락, 용적률 과다 적용은 각각 별개의 숫자가 아니다.
공공개발의 원칙과 세입관리, 인허가 행정이라는 시흥시 행정의 핵심 영역에서 동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이제 시흥시가 답해야 할 차례다.
누가 결정했고, 왜 걸러지지 않았으며,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