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시흥·안산 시화공단의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다. 현장에서는 “버티는 게 목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번에는 체감이 아니라 통계로도 냉기가 확인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통계청과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선(100)을 하회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좋다’는 응답보다 ‘나쁘다’는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 체감경기지수 역시 70~80선 박스권에 머물며 뚜렷한 반등 신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산단 가동률도 부담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 평균 가동률은 코로나 이전 80% 안팎에서 최근 수년간 70%대 초중반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기계가공 등 전방산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변동성이 크다.
정왕동의 한 기계가공 업체 대표는 “통계상 가동률이 70%대라지만 체감은 그보다 낮다”며 “발주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물량은 10~20%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원가 구조도 악화됐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누적 인상됐고, 전기·가스요금 역시 단계적으로 조정됐다.
원자재 가격은 2022년 고점 이후 일부 안정됐지만, 중소 협력업체들은 “납품단가에 원가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산업의 재고 조정도 변수다. 완성차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재고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기차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주문 주기가 촘촘하지 않다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공장 매물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 공급 확대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임대 전환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규모 폐업 확산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자금 사정은 명절을 앞두고 더 민감해진다. 금융권은 매년 설·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 특별자금 공급 계획을 발표한다.
이는 명절 전 협력사 대금 지급과 어음 결제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한 산단 관계자는 “연휴 직후 대출 상환 등이 몰리는 구조라 명절 전후 자금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시화공단 특성도 변수다.
환율 상승 구간에서는 해외 송금 부담이 커진다. 실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체류 외국인의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공단 내부에서는 단기 경기보다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기차 전환, 자동화 확대, 해외 생산 이전은 대기업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2·3차 협력업체는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다.
산업연구원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중소 협력사의 기술 전환 지원과 금융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 연휴가 끝나면 발주 흐름이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고정비를 줄이며 버티는 단계”라며 “상반기 수주 흐름이 올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는 돌아가고 트럭도 오간다. 그러나 통계와 현장이 동시에 말하는 것은 ‘확장’이 아니라 ‘유지’다. 올 설, 시화공단의 풍경은 잔치보다 생존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