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시를 바꾸는 시장이 아니라 / 삶을 설계하는 시장이 필요하다

2025년 한 해 동안 시흥시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도시개발이었다.

재개발·재건축, 신도시 확장, 산업시설 유치, 교통 인프라 구축 등 도시의 외형을 바꾸는 거의 모든 이슈가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되며 지역 여론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진짜로 묻고 있었던 것은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그 개발이 내 삶을 과연 개선할 것인가, 아니면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도시개발은 언제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낳는다.

자산 가치 상승과 생활 인프라 개선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교통 혼잡, 주거 환경 악화, 환경 훼손, 공공서비스 부족이라는 불안도 함께 따라온다.

2025년 시흥의 개발 논쟁은 바로 이 기대와 불안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같은 개발을 두고 누군가는 기회로, 누군가는 위기로 인식하는 현실은 시흥이 이제 단순한 성장 단계가 아니라, 선택과 조정이 필요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각종 개발 사업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행정의 설명 책임과 기준의 일관성은 시민 신뢰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왜 이곳에는 허가되고 저곳에는 불허되는지, 누구를 위한 개발이며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할수록 불신은 커졌다.

개발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행정의 설계 능력과 조정 능력이 중요해졌지만, 시민들이 체감한 것은 종종 ‘결과 통보’에 가까웠다.

이제 시민들은 개발 자체보다 개발을 다루는 리더십을 보고 있다.

과거처럼 개발 실적을 나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장기적 도시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 그리고 개발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다.

개발을 추진하는 시장이 아니라, 개발의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시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2026년 지방선거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시흥시장을 향한 질문은 이미 명확해졌다. 무엇을 더 짓겠다는 공약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개발들이 시흥의 교통, 환경, 주거, 교육,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 설계가 있는지 여부다.

도시를 키우는 능력보다 도시를 운영하는 능력이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시흥은 더 이상 백지 위에 그리는 도시가 아니다. 이미 축적된 인구와 산업, 생활권과 이해관계 위에서 조정과 균형을 요구받는 도시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추진력보다 판단력이고, 구호보다 설계도다.

빠른 결정이 아니라, 옳은 결정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2026년 시흥시민이 선택해야 할 시장은 분명하다.

개발을 앞세워 성과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발로 인해 바뀔 시민의 삶을 먼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시민들의 기대를 부풀리기보다 불안을 관리할 수 있고, 갈등을 외면하기보다 조정할 수 있으며, 임기 안의 성과보다 도시의 다음 10년을 설계할 수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

도시는 건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의 품격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으로 완성된다.

2025년 시흥시민의 여론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이 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26년 시흥시장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