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최초 명단 고집하는 시흥시, 법 해석 틀렸다”

김동인 발행인

국토교통부, 유권해석과도 배치되는 해석

구도심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승인 과정에서 시흥시가 보여온 행정 해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합설립의 출발점인 추진위원회 인가는 도시정비법 제31조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으면 성립한다.

이 동의는 추상적인 조직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동의서에 기재된 구체적 위원 명단에 대한 동의다.

법률과 국토교통부 유권해석 어디에도 ‘최초 제출된 후보 명단이 변경되면 승인 불가’라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도 시흥시는 ‘처음 제출한 위원명단’에 일부 변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완 요구와 반려 결정을 반복해왔다.

결국 행정 판단의 기준을 현재 유효한 연번동의서가 아니라, 효력도 없는 ‘사전 후보자 명단’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는 도시정비법 구조와 맞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여러 차례의 질의회신을 통해 “최초 명단과 최종 동의 명단이 상이하더라도, 최종 연번동의서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추진위 인가는 가능하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지자체가 사실조사 권한을 갖고 진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동의율과 적법성이 확보됐다면 인가를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법이 요구하는 본질은 ‘누가 처음 명단에 있었는가’가 아니라 ‘토지등소유자가 누구에게 동의했는가’에 있다.

문제는 시흥시 행정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명단 일부 변경 자체를 하자로 보며 반려하는 행태는 국토부의 공식 해석 방향과 배치되고, 주민 절차를 과도하게 제약한다.

더 나아가 법률이 허용하는 추진위 성립을 자의적으로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비사업은 공익적 도시계획 사업인 동시에 사유재산이 걸린 중대한 행정 행위다.

주민들이 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적법하게 동의서를 제출했음에도, ‘최초 명단’이라는 실체 없는 행정기준 때문에 수개월씩 절차가 지연된다면 이는 행정권 남용이며, 결과적으로 지역 개발과 주거환경 개선 역시 늦춰진다.

시흥시는 이제라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법이 허용하지 않은 기준으로 사업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절차 안에서 사업이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 행정의 책무다.

시민은 행정의 문턱을 넘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시민을 이해하고 보완하도록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