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후보험 8개월… 4만2천 건 지급, 새로운 안전망으로 떠오르다
폭염이 일상이 되고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온열질환으로 배우자를 잃은 A씨는 뒤늦게 경기 기후보험을 알게 되었고 자동 가입된 보험을 통해 진단비와 위로금을 지급받았다. 가평에 사는 B씨는 집중호우 복구 작업 중 골절상을 입었지만 기상특보일 상해 보장을 통해 사고위로금을 지급받아 치료비 부담을 덜었다. 기후 변화가 개인의 일상과 생계를 직접 위협하는 현실에서 기후보험은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경기 기후보험은 도민이면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며 시행 8개월간 총 4만2,278건, 9억2천만 원이 지급됐다. 특히 지급 건수의 98%가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기후 취약계층에 집중돼 기후위험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보장 항목은 기후 변화 양상에 맞춰 다양하다. 온열질환과 한랭질환 진단비,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일 4주 이상 상해 시 사고위로금, 의료기관 교통비 등이 정액 지원되며 폭염·감염병이 급증한 여름철에는 지급 건수가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한파로 인한 동상 사례도 지급되는 등 계절별 기후위험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기후보험이 필요했던 이유는 기후재난이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대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폭염 취약주택, 냉난방비 부담, 건강 접근성, 노동 환경 등 사회 구조적 요인이 위험도를 결정한다. 기후보험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소한의 대응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기후보험이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사전관리 체계 구축, 보험 지급 기준과 항목의 확장, 냉난방 취약주택 개선과 같은 인프라 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제도를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민도 여전히 많아 홍보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기후재난은 이제 비상상황이 아니라 일상 속의 위험이다. 경기 기후보험은 소액 정액보험이지만 기후위험을 공적 영역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기준을 만든 제도로 의미가 크다. 기후적응 정책과 함께 발전한다면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는 미래형 복지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