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시흥시의회
시흥시의회 정책토론회 개최… “전환의 시기, 실질적 대안 필요”
정왕시장이 전통시장을 넘어 글로벌 다문화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시흥시의회가 주최하고 오인열 의장이 주관한 ‘정왕시장 활성화 방안 정책 토론회’가 시민과 상인,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토론회는 정왕시장의 현황을 공유하고, 변화하는 상권 구조에 맞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종배·이동현 도의원과 이봉관·김선옥·이건섭·안돈의·서명범 시의원이 참석했으며, 시흥시지역신문협의회(시흥신문·시흥뉴스라인·주간시흥·시흥저널·시흥시민신문)가 공동 취재했다. <편집자 주>
■ 들어가는 말
정왕본동 행정복지센터 3층 다목적홀에서 12월 8일 오후 3시 시작된 토론회에서 “정왕시장은 수십 년간 시화·반월 산업단지의 배후 상권으로 지역 경제를 떠받쳐 왔지만, 외국인 상인 증가와 소비 패턴 변화로 시장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다문화 시장으로 재탄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국민의례, 내빈 소개, 축사, 주제 발표, 지정 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봉관 자치행정위원장은 “정왕시장은 지역 공동체를 지탱해 온 중요한 공간”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이 큰 이 시기에 다양한 주체가 함께 해법을 논의하는 오늘 토론회는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배 도의원은 “정왕시장은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높아 이미 다문화 상권으로 자리 잡았지만, 주차난과 공용 화장실, 하수도 등 기본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인프라 개선과 K-푸드·글로벌 푸드를 결합한 콘텐츠 도입을 제안했다.
이동현 도의원은 정왕시장의 강점으로 ‘글로벌 컬처’를 꼽으며 “오늘 논의된 정책과 예산이 내년 시정에 반영돼 정왕시장이 시흥을 대표하는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오인열 의장 인사말
정왕시장, 글로벌 시장으로 재도약해야

오인열 의장은 개회사에서 “정왕시장은 오랜 세월 지역 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최근 다양한 국적의 상인과 이용객 증가로 전통시장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현장을 다니다 보면 ‘전통시장’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정왕시장의 변화는 행정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상인·전문가·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밝고 안전하고,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지며,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시장이 정왕시장이 지향해야 할 미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논의된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발제 – 조춘한 교수
정왕시장, ‘외국인·지역민 어우러진 글로벌 시장’으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조춘한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정왕본동 상권은 시흥 내에서도 저활성화 지역으로, 현재 구조를 유지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핵심은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가’에 있다”고 짚었다. 기존 주민만이 아니라 외국인 수요·외부 방문객을 함께 겨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 교수는 △협소한 통행로와 노후된 조명·위생 시설 △간판·안내체계 미비 △상인 고령화·디지털 역량 부족 △‘어둡고 낙후된 시장’이라는 이미지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여성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밝은 조명은 시장 경쟁력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활성화 전략으로 ▲환경·시설 개선 ▲상인 조직 혁신 ▲글로벌·다문화 콘텐츠 강화 ▲인식·제도·거버넌스 개선 등 네 축을 제시했다. 정왕시장에 많은 외국인 상인을 “약점이 아니라 각국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글로벌 푸드 거리’라는 강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SNS에서 ‘정왕시장 맛집’으로 알려질 앵커 점포를 몇 곳만 만들어도 인지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조 교수는 “상인들에게 디지털 마케팅을 모두 맡기기 어렵다”며 주민·대학생·퇴직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홍보 체계와, 장기 프로젝트를 이끌 ‘지역 코디네이터’ 발굴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제는 포털이 아니라 챗GPT에 ‘정왕시장 맛집’이 학습되는 시대”라며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내일부터 무엇을 실행할지 함께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 토론 1
이광재 상인회장 “정왕시장 변화의 출발점… 상권 통합 필요”

첫 번째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광재 정왕시장 상인회장은 “정왕시장과 주변 상권에는 장기 정착을 목표로 생활하는 외국인이 많고, 시흥시는 안산 다음으로 외국인 거주민이 많은 지역”이라며 “이제는 외국인을 지역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함께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왕시장이 이미 자연발생적으로 다국적 상권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며, 행정 지원과 정책을 통해 시흥의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왕시장은 더 이상 생계형 시장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글로벌 상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상인회 스스로도 개편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과제로 ▲정왕시장과 인근 상권의 통합 상권 조성 ▲‘글로벌 상인회’ 체질 개선 ▲외국인·내국인 소통 커뮤니티 공간 조성 ▲지역 공동체와 연계한 기초질서·봉사활동 강화 등을 제시하며 “외국인이 아닌 ‘시흥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정체성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토론 2
송해근 대표 “주차·동선·일관된 정책이 관건”
안산시 상권활성화재단 송해근 대표이사는 안산 원곡동 사례를 소개하며 “정왕동은 인구와 외국인 비율을 고려할 때 원곡동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의지와 정책만 받쳐 준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 시장을 둘러본 그는 “20년 전 거주할 때와 큰 변화가 없는 느낌이었다”며 간판·조명·보행로 등 기본 환경 개선을 주문했다. 반면 화장실은 “전국 시장 중 손꼽힐 정도로 깨끗했다”고 평가하며, 생활환경 개선이 상권 활성화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원곡동 성공 요인으로 ‘차 없는 거리’ 도입 등 과감한 환경개선을 꼽으며 “정왕시장도 주차난 해소와 보행 특화거리 조성, 일방통행 전환 등 동선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안산이 다문화 정책에 연간 6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연 300만 명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제 다문화 정책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권 성공의 관건은 결국 상인회의 의지와 리더십”이라며 “정왕동은 이미 4만 명이 넘는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다문화 중심지이자 넓은 상권 기반을 갖춘 만큼, 이번 토론회가 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토론 3
이진아 소상공인과장 “상권 확장·특성화·브랜드화 3축 추진”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이진아 과장은 상권 확장, 전통시장 특성화, 브랜드화 등 3대 행정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정왕시장 주변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해 시장 범위를 확대하고, 단일 중심 구조에서 다핵형 생활상권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2026년 신규 지정을 목표로 지정 요건 충족과 행정 절차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정 시 국·도비 공모 참여, 시설 현대화, 온누리상품권 가맹 확대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시는 2026년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문화관광형) 공모에 정왕시장을 포함해 신청할 예정이다. 정왕시장의 특성을 살려 글로벌 푸드 스트리트, 다국어 안내체계, 외국인 참여 프로그램, ‘정왕 글로벌마켓’ 브랜드 개발 등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정왕시장을 ‘정왕 글로벌마켓’으로 공식 브랜드화해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하고, 관광지도·홍보물·간판 등에 통합 적용해 이미지를 일관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국어 안내판과 QR 지도, 온라인 홍보 콘텐츠 제작 등 외국인 방문객 편의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장은 “정왕시장이 글로벌 상권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인회의 참여와 지역 공동체의 협력이 필수”라며 “행정은 기반을 제공하고, 상인들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질의응답·마무리 발언
“거버넌스·주차·상권 통합이 핵심”
종합 질의응답에서는 정왕시장 글로벌 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로 상권 통합, 주차난 해소, 상인 역량 강화, 행정-상인 협력체계, 배후 상권 아이덴티티 설정 등이 제시됐다.
이광재 상인회장은 “정왕시장 일대는 점포가 지나치게 촘촘해 골목형 상점가 등록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조례 개정과 특수성 인정을 요청했다. 또 이주민 단지 내 60여 개 조선족 점포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다문화 상인 교육, 한국 문화 이해 프로그램, 선진지 견학 등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해근 대표는 “전국의 잘 되는 시장은 공통적으로 주차 환경이 좋다”며 완충녹지 주차장 조성, 차 없는 거리, 일방통행 도입 등 과감한 구조 조정을 거듭 제안했다.
이진아 과장은 사업별 전담 협의체 구성, 상인 조직력 강화 교육,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을 통해 “행정 단독이 아닌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춘한 교수는 “안산은 예산·정책 기반이 충분하지만 시흥은 아직 구조가 약하다”며 “정왕 글로벌마켓은 상인·주민·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왕의 배후 상권 아이덴티티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만큼, 아울렛·오이도 등 기존 지역 자원을 연결해 브랜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인열 의장은 “정왕시장은 노후 전통시장을 넘어 글로벌 다문화 상권으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며 “발제·토론을 통해 제시된 전략과 현장 의견을 실질적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의 지원뿐 아니라 상인회·전문가·시민이 함께하는 연대가 필요하다”며 “정왕시장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시흥시의회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